자동차 사면 돈 못 모으는 이유 | 기본적인 소비가 너무 늘어납니다.
자동차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늦게 차를 사라고 합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에게 자동차는 반드시 있어야 할 무언가는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지 말라고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차가 있는 사람들은 항상 자동차 사면 돈 못 모은다고, 사지 말라고, 늦게 사라고 하는데요. 어떤 것 때문에 그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자동차 사면 돈 못 모으는 이유
우선 저는 2013년식 K5 하이브리드를 중고로 사서 2년 6개월 타다가 판매하고 2023년식 머스탱 에코부스트 컨버터블을 신차로 구매하여 1년 5개월째 운용하고 있습니다.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하이브리드 차와 유지비가 많이 드는 스포츠카를 경험해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전기차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자동차를 구매했을 때 돈을 모으기 힘든 이유는 기본적인 소비가 너무 늘어난다는 점이 큽니다. 각종 세금, 보험료, 기름값 등이 나가게 되는 것도 소비 지출이 커지는 데에 한몫을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소비 패턴 자체가 바뀌게 됩니다. 바뀐 소비 패턴은 여지없이 소비 증가로 이어집니다.
눈에 보이는 지출
우선 눈에 보이는 지출 증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차가 없을 때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차가 있으면 반드시 사용하게 되는 비용들입니다. 여기에는 취등록세, 자동차세, 기름값, 보험료, 주차비, 과태료, 소모품 교환 비용, 감가상각비용 등이 지출됩니다. 각 비용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취등록세 : 차량을 구매하고 등록할 때 한 번 발생하는 세금, 차량 가격에 비례
- 자동차세 :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연 1회 발생하는 세금, 차량 배기량에 비례
- 기름값 : 차를 운행하기 위한 연료 구매 비용, 주행거리에 비례하여 상승
- 보험료 :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보험, 일반적으로 차량 가격에 비례
- 주차비 : 차량을 어딘가에 주차할 때 발생하는 비용
- 과태료 : 위반 행위를 한 경우 발생하는 비용
- 소모품 교환 비용 : 엔진오일, 와이퍼, 브레이크패드, 워셔액 등 잡다한 소모품 교환 시 발생하는 비용
- 감가상각 비용 : 차량 연식 및 주행거리 증가로 인한 차량 잔존 가치의 하락
이 밖에도 더 많은 비용들이 존재합니다. 차를 구매하기 전에 이러한 비용들을 모두 계산하고 따져본 다음 구매해야 지출 규모의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제가 머스탱을 구매하기 전에 고민했던 지출 관리에 대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출
사실 과태료나 범칙금은 안전 운전하고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납부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다른 비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발생하게 됩니다. 취등록세와 같이 한 번만 지출하면 되는 비용도 있지만, 자동차세나 보험료처럼 매년, 기름값처럼 매달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있습니다.
이러한 눈에 보이는 지출은 차를 구매하는 순간부터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며 줄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매달 소비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예산을 책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통제할 수 있는 비용입니다. 그러나 다음 내용들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통제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출을 한데 묶어 품위 유지비라고 부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품위 유지비는 원래라면 하지 않았거나 저렴한 것을 했을 텐데 차가 있어서 더 비싼 것을 하였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외제차를 타면 품위유지비가 더 들어간다 뭐다 하는데 k5 탈 때나 머스탱 탈 때나 별 차이는 없습니다.
일반유 넣을 거 고급유 넣는 것만이 품위 유지비가 아니다.
품위 유지비는 소비 패턴을 바꿔 지속적인 소비 규모 증가를 야기합니다. 이러한 품위유지비를 상승시키는 가장 큰 요인에는 여행, 근교탐방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차가 없었을 때에는 가지 않았을 여행, 가지 않았을 근교 카페, 하지 않았을 세차, 부르지 않았을 대리 운전, 마트 장보기 등이 있습니다.
- 여행 : 차가 없었으면 안 갔거나 기차, 버스를 이용하여 저렴하게 갔다 왔을 것
- 근교 카페 : 차가 없었으면 집 근처 카페를 갔을 것, 근교 카페는 음료 가격도 비쌈
- 세차 : 차가 없었으면 차를 청소할 이유도 없음
- 대리운전 : 차가 없었다면 대중교통 끊기기 전에 집에 들어갔을 것
- 마트 장보기 : 차가 없으면 양손 가득 장 보는 것이 매우 힘듦, 차가 있으니 양손 가득 필요 없는 것도 사게 됨
여행을 가면 우선 유류비가 많이 나옵니다.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차량이야 덜 하지만 머스탱 같이 기름 퍼먹는 하마는 어딘가 간다고 하면 유류비만 10만 원은 그냥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여행을 갔으니 이곳저곳 다녀야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숙박비도 내야 합니다. 차가 없어서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지출입니다.
근교 카페 탐방이 가장 위험한 일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대형 카페들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들이 또 SNS에서 인기가 많은 곳들이 많기 때문에 차가 있다면 생각보다 자주 가게 됩니다. 근교 카페는 대부분 음료, 베이커리 가격이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지출을 하게 됩니다. 유류비는 덤...
세차는 개인의 만족도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한 달에 한 번 자동세차한다면 3~5000원 정도로 끝낼 수 있겠지만 손세차를 하기 시작하면 지출이 밑도 끝도 없습니다. 버킷, 프리워시, 카샴푸, 철분제거제, 버그 클리너, 미트, 휠미트, 드라잉타월, 왁스 등등 세차를 위해 필요한 도구만 해도 굉장히 많은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대리운전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가끔 술 취한 친구들을 집에 데려다주는 것도 본인의 기름값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출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저는 아웃사이더라 약속이 별로 없기도 한 데다 가끔 술 약속이 있으면 무조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대리운전을 불러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와 달리 약속이 많은 사람들은 대리운전으로 꽤나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마트 장보기는 차가 없었다면 정말 필요한 것들만 구매했을 텐데 차가 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사게 됩니다. 대중교통으로 장을 보고 집에 짐을 들고 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구매할 것을 최소화합니다. 그러나 차가 있으면 집 앞까지 쉽게 많고 무거운 것들을 옮길 수 있으므로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구매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차가 있으면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도 굳이 차로 가게 되는데요. 왜냐하면 자동차는 개인 노래방이자 이동식 에어컨이기 때문입니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에서는 노래를 듣는 것 밖에 할 수 없지만 개인 승용차 안에서는 부를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정해진 위치에서만 승하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위치까지 가는 동안에는 에어컨이나 온풍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개인 승용차는 대중교통 승하차 위치와 관계없이 목적지까지 에어컨/난방기를 끼고 가는 것과 같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도 굳이 차를 타고 갑니다.
저도 오픈 에어링을 하기 위해서 안 가도 될 곳을 굳이 찾아서 갑니다. 드라이브가 주는 만족도가 굉장하지만 결국은 유류비 상승으로 지출이 커지게 됩니다. 이러한 품위유지비라고 불리는 소비는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가늠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평상시 지출을 커지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여기에 신용카드를 쓰고 차량 대출까지 있다면 소비 규모를 가늠할 수 없어서 소비 규모는 자꾸만 커져갑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카드값이 왜 이렇게 많이 나가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차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차가 있다면 소비 대부분의 시작은 자동차입니다.
자동차 사면 돈 못 모으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드렸습니다. 사실 자동차를 구매해도 돈을 모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차가 없을 때보다 모으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집니다. 제가 추측하기로는 연봉의 10% 정도는 차에 필연적으로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혹은 그 이상을 쓰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현금 구매 하지 않고 할부를 이용했다면 월 납입금을 내느라고 돈을 더 못 모을 것입니다.
아직 차가 없으시다면 차를 구매하는 것을 최대한 미루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럼에도 차를 꼭 갖고 싶다면, 연봉의 20% 정도는 매년 버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에도 차를 구매하고 싶다면 사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