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은 포르쉐 느낌 나는 현대 아이오닉6 시승기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 시승기입니다. 아이오닉6는 E-GMP를 사용한 전기차 중 최초의 세단형 전기차이며 포르쉐를 닮았던 콘셉트카 때문에 엄청난 기대를 모았었습니다. 다만 출시 후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시승한 차량은 롱레인지 AWD 차량으로 239kW(약 325ps)의 출력과 61.7kg.m을 발휘하는 차량입니다.
아이오닉6 시승기
새롭게 변경된 현대자동차의 스마트키입니다. 신형 그랜저에도 들어가는 이 스마트키는 현대자동차 엠블럼을 그대로 사용하였는데요. 생각보다 가벼운 무게로 쥐기에는 좋았으나 버튼이 잘 안 눌리고 특정 위치에서만 눌리는 현상이 있어 사용하기에는 불편하였습니다. 회색과 버튼 색상의 매치가 어색하였습니다.
아이오닉 6 시승차
시승한 아이오닉 6은 빌트인 캠을 제외한 모든 옵션이 들어간 차량으로 사실상 풀옵션 차량입니다. 20인치 휠을 사용하기 때문에 승차감과 전비 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생각보다 좋은 승차감으로 반겨주었습니다.
시트도 비교적 커서 허벅지의 모든 부분이 잘 지지되었습니다. 다만 시승 모델이 디지털 사이드 미러 옵션도 적용된 차량인데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굉장히 불편하였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서술하겠습니다.
아이오닉6 주행
전기차를 시승하면서 가장 편했던 점은 오르막 길을 올라갈 때였습니다. 아무래도 내연기관 차량은 높은 출력을 발휘하기 위해 오르막에서 시프트 다운하는 경우가 많은데 순간적으로 RPM이 높아져 의도치 않은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전기차는 변속 시스템이 없이 모터 회전을 더 빠르게 하면 되기 때문에 시프트 다운이 없어 좋았습니다.
출발하고 도로에 나와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시트포지션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외관으로 봤을 때는 엄청 낮은 포지션을 가질 것 같았지만 하부에 낮게 깔려있는 배터리로 인해 기본적인 시트 포지션이 높았습니다.
시트를 가장 낮게 해도 키가 177cm인 저의 머리카락이 천정에 닿을 정도였으니 180cm 이상의 키를 가지신 분들은 엉덩이를 빼고 운전해야 할 정도입니다. 그런 점을 제외하고는 운전하기에 편안한 상태였습니다. 낮게 누워있는 윈드실드로 인해 전방 시야가 불편하면 어떡하나 했는데 생각보다 불편함 없이 넓은 시야를 제공하였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차선을 변경할 때 가장 큰 고비를 맞이했습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에 적응되지 못한 저의 습관은 계속해서 원래 사이드 미러가 있는 위치를 쳐다보았으며 그로 인해 타이밍을 놓쳐 차선 변경을 실패하는 등 마치 처음 도로 주행을 나설 때 같았습니다. 시승이 끝나갈 때 즈음엔 비교적 스크린 위치를 잘 찾았으나 그럼에도 불편하였습니다.
또 너무 작은 스크린으로 인해 옆 차선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공간감이나 원근감이 잘 안 느껴지는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화면 자체가 작아 보이는 공간이 너무 적었습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가이드라인이 스크린에 나타나지만 기본적으로 스크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어서 룸 미러를 이용해 뒷 차를 확인하거나 과도한 숄더 체크를 해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주차를 할 때에도 사이드미러보다 후방 카메라에 의지해서 주차하는 것이 더 편할 정도였습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다른 문제점으로는 멀미가 난다는 점이었습니다. 운전자는 동승자보다 멀미를 덜 느끼는 것이 보통이나 스크린을 볼 때마다 멀미가 조금씩 느껴졌습니다. 작은 스크린에서 짧은 시간에 집중을 하고 다시 넓은 전면을 바라보는 것을 반복하는 동작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의심이 됩니다. 외관도 그렇게 이쁘지 않아 140만 원이나 하는 금액 값을 가장 못하는 옵션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속의 느낌은 전기차스러움이 많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최대한 내연기관과 비슷하게 만들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과거 기아 EV6 AWD를 시승했을 때에는 주행 모드와 관계없이 밟자마자 튀어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아이오닉 6 AWD는 스포츠 모드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부드럽게 나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점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을 운전하다가 아이오닉 6을 바로 운전해도 불편하거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회생 제동의 단계를 올릴수록 감속이 엄청났습니다. 0, 1단계에서는 내연기관과 비슷한 느낌의 주행이 가능했지만 3,4단계에서는 울렁거림이 느껴질 정도였으며 i-페달 모드에서는 감속이 너무나 심해 i페달만의 운전 방법을 새로 터득해야만 했습니다.
아마 시승차에 저 말고 다른 동승자가 있었다면 모두 멀미로 인한 구토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급격히 감속되었습니다. 결국 회생제동은 대부분의 시승 시간 동안 1단계로 진행했습니다.
드라이브 모드 별 가속 느낌은 확실히 차이가 났습니다. 에코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속도가 오르는 느낌이 덜 했으며 i페달을 사용한 상태에서는 출력의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가속 느낌이 적었습니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급가속 시 엄청난 가속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는 기아 EV6보다는 가속감이 덜했으며 i 페달을 사용한 상태로 스포츠 모드 주행 시에는 스포츠 주행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속감을 보였습니다. 보통의 시내 주행 상황에서는 노멀 모드가 가장 편안했으며 일부 가속이 필요할 때의 스포츠 모드는 시원하게 뻗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드라이브 모드의 버튼이 왼손 엄지손가락만 옮기면 쉽게 누를 수 있어 상황에 맞는 즉각적인 모드 전환이 가능했습니다. 당연히 저 위치에 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브레이크는 잘 드는 편이었는데 워낙 회생제동의 힘이 강하다 보니 브레이크를 밟기보다 회생제동 단계를 올려 감속하면서 운전하게 되었습니다. 그쪽이 아무래도 에너지 재생 측면에서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오닉6 전비
전비는 아쉬웠습니다. 거대한 20인치 휠, 열선핸들, 열선시트, 히터 등 모든 난방을 동작시켰으며 급가속을 많이 하였다고는 하지만 최종적으로 4.1km/kWh 정도가 나왔습니다. 배터리 잔류량 70% 일 때 주행 가능 거리는 288km로 표시되었기 때문에 100%로 충전한다 하더라도 411km밖에 주행하지 못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공식 전비가 4.8km/kWh 인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아쉽습니다.
수납공간
수납공간은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하게 넓지는 않았습니다. 도어 트림의 버튼들을 전부 없애고 위치를 이동시킨 것에 비해 문에는 그저 조형의 의미를 가진 부분이 늘어났으며 다른 차에도 있는 도어 하단부 물통 수납공간 정도를 제외하면 핸드폰 하나 정도만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마저도 너무 깊게 들어가서 다시 꺼낼 때에는 불편하였습니다.
창문 조작 버튼이 센터 콘솔로 이동하였음에도 센터 콘솔은 굉장히 얇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덕분에 탑승객의 거주 공간이 넓어졌습니다. 수납공간은 그렇게 늘어난 느낌은 아니었지만 사소한 변화로 탑승객의 공간감은 확실히 늘렸습니다.
결론
현대 아이오닉6는 굉장히 편안한 주행에 맞춰진 전기차라는 것을 느낀 시승이었습니다. 전기차 택시를 타야 한다면 아이오닉 5나 EV6보다는 아이오닉 6가 탑승객에게 더 편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문제는 전기차를 처음 타는 사람에게 이 차를 맡긴다면 분명 엄청난 멀미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 차의 가격이 무려 7,200만 원에 육박하는 만큼 더 좋은 승차감이나 운동성능, 브랜드 가치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보조금을 받는다면 지역에 따라 6,300만 원보다 저렴하게도 살 수 있겠지만 저라면 K8 하이브리드나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구매하고 남는 돈으로 기름값 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