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제한 속도 "120km/h" 이상 올리지 못하는 이유
자동차 성능은 꾸준히 상승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성능의 차량을 구매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제한 속도는 최대 110km/h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 마저도 대부분의 도로는 100km/h이고 최근에 개통된 고속도로 위주로 110km/h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에 가까워지면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5초 미만의 차량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지만 고속도로의 최고 속도는 그대로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속도로 과속 단속 카메라가 굉장히 많은 나라입니다. 최근에는 얌체 과속 운전자를 방지하기 위해 구간 단속 카메라의 설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정에 고속도로 속도에 답답함을 느끼는 운전자가 늘고 있습니다. 비슷한 차량을 운전하는 해외는 120~130km/h에 달하고 독일의 아우토반은 속도 무제한 구간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왜 속도를 올릴 수 없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올릴 수 없는 이유
고속도로를 만들 때 제한속도와 설계속도를 설정하고 설계를 진행합니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는 해당 도로를 안전하게 통행하기 위해 설정한 최고 속도를 의마하며 설계속도는 설계상 도로의 기능이 완벽하게 동작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 의미합니다.
다만 설계속도는 차량의 수, 온도, 날씨 등을 통제하였을 때 가장 이상적인 속도이기 때문에 실제상황에서는 설계속도를 도달하기는 어렵습니다.
눈 또는 비가 와서 도로가 미끄럽거나, 안개가 많이 껴서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거나, 도로에 포트홀이 많이 발생했거나 하는 등에 조건에 따라 설계속도를 완전하게 따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제한속도는 설계속도보다 10~20km/h 낮게 유지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계절별 온도의 편차가 심하고 눈, 비, 안개 등 다양한 날씨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지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상의 도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편입니다. 높은 속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제한속도를 설계속도까지 올리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설계속도가 애초에 높으면 제한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에 만들어져 있는 고속도로들은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도로가 많고 국가의 지형이 산이 많은 나라입니다. 설계속도를 높이려면 곡선 구간이 적고 직선 구간이 많아야 하는데 산이 많은 특성상 직선 구간을 많이 만들기가 어려워 설계속도를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1979년 제정된 "도로의 구조,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최종 설계속도가 120km/h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설계함에 있어 설계속도를 무한정 늘릴 수 없습니다. 제한속도는 설계속도를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제한속도를 올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왜 아우토반 같은 곳이 없을까
독일의 아우토반은 고속도로 제한 속도가 없는 만큼 200km/h 이상으로 질주하는 차량들이 종종 보입니다. 그러나 아우토반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구간이 속도가 무제한인 것은 아닙니다. 아우토반을 속도 무제한 구간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아우토반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고속도로입니다. 즉, 경부고속도로를 독일어로 표현하면 경부아우토반이 됩니다.
그렇다면 아우토반에는 어떻게 속도 무제한 구간이 나타난 것일까요. 메르세데스 벤츠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카를 벤츠는 자신이 만든 자동차를 이용하여 법으로 규정된 속도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음에도 법 때문에 그러지 못하니 속도 제한이 없는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아우토반의 계획이 수립되었습니다.
아우토반의 속도 무제한 구간을 제외한 도로의 고속도로 제한 속도는 최대가 130km/h입니다. 또한 속도무제한 구간의 권장 속도도 130km/h입니다. 3.5톤 이상의 화물차는 속도 무제한 구간과 관계없이 최고 속도가 80km/h로 제한되기도 합니다. 즉, 독일의 아우토반이라고 할지라도 엄연히 속도의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법적인 특징 외에도 독일은 운전을 가장 잘하는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고속도로 차선과 관련한 법을 잘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속도무제한 구간에서 자신이 1차선에서 150km/h로 주행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후행 차량이 본인보다 빠르다면 2차선으로 내려와 양보하는 것이 당연시하게 여겨지는 곳입니다.
이에 반해 한국은 1차선 추월차로에 대한 개념이 없는 운전자가 많아 후행차량이 아무리 빨라도 하위차선으로 내려오지 않고 정속주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1차선 정속주행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주행방법인 만큼 운전자들의 차선에 대한 개념 확립 차이도 아우토반처럼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1차선 정속주행을 비롯한 지정차로제 위반 행위는 고속도로 정체를 유발합니다. 또한 규정속도를 지켜서 간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고 발생률을 올린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때문에 1차선 정속주행을 비롯한 지정차로제를 잘 지켜야 합니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올리면 좋을까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올리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닙니다.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자동차 배출가스와 연비에도 좋지 않아 환경에도 좋지 않습니다.
이밖에도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만큼 도로에 가해지는 피해가 커져 유지보수에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설계속도 상승을 위해 직선구간을 많이 만들어야 하니 터널을 뚫어야 하는 경우가 더 생길 확률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공사비용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고속도로 제한 속도 상승에 관하여 찬반 여론이 대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높은 속도로 주행하여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착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과속 사고 시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안전 운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 정확한 운전 방법을 모르는 채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아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므로 이를 더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단속 카메라의 수를 줄인다면 모두가 만족할만한 고속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잦은 사고와 과속 단속 적발은 도로 내구도를 깎아 세금을 더 많이 사용하게 할 뿐 아니라 운전자의 보험료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고율이 낮을수록 전체의 보험료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올리는 것보다도 모두가 안전 운전하여 보험료 상승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