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고성능 GT카 스팅어는 왜 망했을까? 스팅어 망한 이유 4가지!
스팅어는 국산차 중 유일한 고성능 GT카로 기아의 헤일로 모델을 담당하던 차량입니다. 낮은 차체와 날렵한 쿠페 디자인, 5 도어 스포트백의 트렁크 활용성, 디자인, 후륜 구동 특유의 프로포션이 드러난 옆라인, 포르쉐가 떠오르는 테일라이트 등 외관에서 큰 호평을 받았었습니다.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되면서 기존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이 2.5L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변경되면서 아쉬웠던 무게당 마력비를 개선하여 더욱 뛰어난 상품성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판매량을 보면 스팅어는 아주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G70 페이스리프트가 디자인으로 인해 혹평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9월 판매량에서 스팅어의 6배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스팅어는 57대 밖에 판매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았습니다. (G70 359대)
분명 G70 대비 더 뛰어난 외관과 넓은 뒷자리 공간, 더 높은 출력 구성을 가졌음에도 스팅어의 판매량이 초라하고 단종까지 맞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고성능 GT카 스팅어는 왜 망했을까
스팅어의 시작
스팅어의 시작은 2011년 공개된 GT 콘셉트와 2014년 공개된 GT4 Stinger 콘셉트에서 출발합니다. 콘셉트의 이름에서부터 GT라는 명칭이 붙어있습니다. GT는 그랜드 투어러, 그란 투리스모 등을 의미하는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장거리 여행용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즉, GT카는 장거리 주행을 빠르고 편안하게 끝마치기 위해 안정적인 고속 주행 감각을 제공합니다. 80~120km/h에서 속도 변경을 많이 하기 때문에 높은 성능의 엔진을 장착하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GT카는 2 도어 차량이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4 도어 차량에도 GT카 명칭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GT4 스팅어는 현행 스팅어와 외관 상의 차이가 꽤 큰 편입니다. 일단 도어 수에서 차이가 나며 라이트 위치와 형상, 클램쉘 보닛 등 현행 스팅어보다는 구형 아우디 R8이 더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물론 디테일 면에서는 많이 다릅니다..)
더 먼저 공개가 된 GT 콘셉트는 현행 스팅어와 거의 유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면부 라이트 형상 정도만 다르고 후면 테일라이트와 측면 프로포션, 그릴의 위치 등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모습입니다.
출시 직후 스팅어
2017년 스팅어가 정식 공개되면서 디자인 면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조선의 파나메라라는 별명을 얻으며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나 V6 3.3L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370마력이라는 놀라운 성능을 가졌습니다. 후륜 구동을 채택하여 K9, 모하비 밖에 없었던 후륜구동 라인업에 새로운 고성능 GT카가 추가되었습니다.
중형급 차량으로 K5보다는 작고 G70보다는 훨씬 긴 차량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사실 제네시스 G70은 중형급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기 때문에 라이벌 또는 동급으로 보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휠 베이스는 K7보다도 길지만 후륜 구동 특성상 오버행이 짧고 전륜이 앞으로 많이 나가 있기 때문에 실내 공간은 K5보다 좁은 편입니다.
스팅어 단종설
출시 이후 지속된 판매량 감소로 단종설이 꾸준히 재기되었지만 2020년 스팅어 마이스터로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현행 모델로 진화하였습니다. 기존의 출력이 아쉽다는 평이 있었던 2.0L 엔진을 제네시스급에 들어가는 2.5L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변경하였음에도 연비는 소폭 상승하였습니다.
가격 상승도 이해가 될 수준의 상승이었으며 테일라이트가 이어진 부분이 구형 오너들에게 큰 부러움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스팅어 마이스터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했음에도 판매량이 꾸준히 감소하였고 소문으로만 떠돌던 단종설이 현실이 되면서 구매를 고려하던 사람들이 마음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2023년 말 단산 예정)
스팅어에 대한 평가
실제 오너들의 스팅어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공통적인 단점인 기아 브랜드라는 것과 3.3L 엔진을 장착한 GT 모델의 기름을 많이 사용한다는 단점, 2.0L 가솔린 터보 엔진 모델 또한 출력의 아쉬움을 제외하면 그렇다 할 단점이 없는 편입니다. 2.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모델은 모든 면에서 뛰어나며 높은 가성비를 가졌다고 평가받기도 합니다.
스팅어는 해외에서도 인정았습니다. 기아는 스팅어가 출시되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가도 있으며 자동차에 대한 혹평을 일삼기로 유명한 탑기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가 2.5L AWD 모델을 시승했을 때에도 약간의 미세한 터보 렉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만족했었습니다.
스팅어가 망한 이유
그렇다면 이렇게 호평 일색인 스팅어는 왜 결국 단산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크게 4가지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생소한 GT카의 개념
- 너무 높은 가격대
- G70과의 라이벌 구도
- 애매한 활용성
1. 생소한 GT카의 개념
첫 번째로는 아직 국내에서는 GT카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GT카 특성상 수백km 혹은 수천 km를 직선 주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길게 가도 500km 미만인 국내 실정에서 잘 맞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를 설명하듯 초장거리 주행이 많은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서는 스팅어의 인기가 꽤나 높기도 합니다.
호주에서는 지난 6월 428대가 판매되며 호주 내 스팅어 판매량 최고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5030의 나라인 한국에서는 비교적 낮은 연비와 고급유 세팅으로 인해 유지면에서도 불리하며 도로 재정비가 흔한 한국에서 울퉁불퉁한 노면을 자주 지나기엔 스팅어의 단단한 서스펜션은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2. 너무 높은 가격대
두 번째는 높은 가격대입니다. 빼어난 디자인과 높은 주행 성능은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좋은 부분입니다. 다만 젊은 세대는 금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스팅어의 기본 가격대가 너무 높다는 것이 문제 중 하나인 겁니다.
스팅어 마이스터의 시작 가격은 3,950만 원으로 개별소비세 할인을 적용해도 3,878만 원입니다. 여기에 옵션을 일부 추가하면 4,500만 원은 금방 넘으며 이는 그랜저, K8 풀옵션을 구매할 수 있는 가격입니다.
2,30대에게 이만한 차를 구매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가정이 있는 40대 이상에게는 K8이나 SUV를 사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이 가격대에는 너무나 막강한 차량인 BMW 320i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320i는 프로모션을 받게 되면 5,000만 원 정도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구매를 고려하는 분들에게는 굉장한 고민이 됩니다.
단순히 성능과 수치만 보면 스팅어가 압도적이지만 BMW라는 브랜드 가치가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여기에 국내 정서 상 자동차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기아의 브랜드 가치는 선택을 주춤하게 만들게 됩니다.
3. G70과의 이상한 라이벌 구도
세 번째로는 G70과의 라이벌 구도입니다. 국내에서 GT카의 개념이 생소하다 보니 스팅어 첫 출시 때 스포츠 세단으로 홍보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G70과의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성향의 차량입니다.
스포츠 세단은 스포츠 주행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차체가 작고 날카로운 핸들링을 강점으로 세팅합니다. GT카는 장거리 직선 주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핸들링 부분에서 비교적 덜 날카롭습니다.
즉, G70과 스팅어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추구함에도 마케팅 오류로 인해 같은 차량이라고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줄이기 위해 스팅어 마이스터 출시 때는 스포츠성보다는 가족의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맞추어 광고하기도 하였습니다.
별거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차량 구매를 고민할 때 완전히 다른 부분을 참고하게 만듭니다. GT카 라인업 내에서 스팅어는 굉장히 저렴한 차량에 속합니다. 특히 후륜 기반 4 도어 GT카는 국내 판매 차량 중 가장 저렴한 차량입니다.
비교 가능한 가격대에는 차량 자체가 없고 1억 이상의 차량을 보아야 비교가 가능합니다. 포르쉐 파나메라, 벤츠 GT 시리즈 등과 비교해야 합니다. 하지만 스포츠 세단 라인업에서는 비교 대상이 너무나 많습니다.
가격대가 겹치는 BMW 320i부터 제네시스 G70, 벤츠 CLA 등 비슷한 금액 대의 차량이 너무나 많습니다. 스포츠 세단과 GT카를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만 차량의 목적성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4. 애매한 활용성
네 번째는 애매한 활용성입니다. 금액대를 생각한다면 그랜저나 K8 구매를 고려하시는 분들이 다가갈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이런 차량을 구매하는 분들은 대부분 가정을 이루고 있고 가족이 차에서 편안하게 있기를 희망할 것입니다.
그러나 스팅어는 K8과 비슷한 가격대를 가졌음에도 뒷 좌석 공간이 K5 보다 좁고, 패스트백 스타일 트렁크를 가졌음에도 작은 트렁크 공간 등으로 활용성이 떨어집니다.
더군다나 그랜저 하이브리드 또는 K8 하이브리드와 비교하게 되면 더 높은 배기량으로 세금도 많이 내는데 고급유를 넣어야 하고 연비도 떨어지기 때문에 관리 및 유지면에서 불리함이 큽니다. 즉, 가족의 차량으로도 메리트가 떨어집니다.
오늘은 스팅어의 판매 부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분명 스팅어는 GT카 라인업에서만 보면 저렴하고 가성비 높은 차량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스팅어 구매를 고려하는 연령층은 평균적으로 4,5천만 원 하는 금액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국내 정서 상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차를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가 낮은 기아의 스팅어는 선택받을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스팅어는 기아의 헤일로 차량으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스팅어라는 이름을 역사 속으로 떠나보낼 것인지, 기아의 새로운 고급 전기차 브랜드로 활용될지, 새로운 스팅어가 전기차 버전으로 출시될지 개인적으로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