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량 1위 "8년 만에" 순위 바뀌어..BMW는 어떻게 벤츠를 따라잡았을까
무려 8년 만에 수입차 판매량 1위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지난 2023년, 영원히 1등을 할 것 같았던 메르세데스 벤츠가 BMW에 역전당하면서 수입차 판매량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아우디 코리아가 죽을 쑤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던 것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겨주었는데요. BMW가 어떻게 벤츠를 따라잡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BMW는 어떻게 벤츠를 따라잡았을까
2015년. BMW는 1000대 미만의 아주 근소한 차이로 벤츠를 이기고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가져갔습니다. BMW가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7년 연속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년 2위 자리에 그쳤던 벤츠는 절치부심했는지 그 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동안 벤츠는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2023년, BMW에 1위 자리를 다시 내주게 되었습니다. 7년의 저주인 것일까요? 두 브랜드 모두 8년 연속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가지는 못했습니다.
최고의 벤츠
2016년부터 2022년까지의 벤츠는 사실상 적수가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한 시기였습니다. W213 E클래스를 선두로 한 벤츠 라인업은 역대 최고로 아름다운 외관과 실내를 가져갔으며 BMW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고급스러운 감성까지 모두 챙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W213 E클래스의 전기형 모델은 지금 보아도 고급스러움이 솟아나며 성공한 사람의 차라는 느낌이 강하게 납니다. 성공했냐는 말에 그랜저로 대답할 것이 아니라 E클래스로 대답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이 당시 C, E, S클래스가 전부 똑같이 생겼다는 평도 있지만 디자인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큰 불만은 아니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AMG 모델들도 각광을 받으면서 BMW M시리즈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E53 AMG, S63 AMG 같은 기존 모델들의 고성능 라인업뿐 아니라 AMG GT, GT43, GT53 등의 AMG 전용 모델들도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추락하는 벤츠
그러나 벤츠의 지분 1위를 중국이 가져가면서 점차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패밀리룩을 통일하는 것이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중국 시장을 너무 의식하게 된 것이 문제였을까요? 결과적으로는 디자인이 문제였습니다.
새롭게 공개된 S클래스는 너무나 어려졌으며 C클래스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아있었습니다. 이전에도 분간하기 어렵긴 했지만 더 어려워졌습니다. 실내에는 거의 모든 버튼을 없애버리면서 미래적인 느낌이 가미되었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어졌습니다.
원가절감의 문제인 것인지 실내 마감재는 처참해졌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앰비언트 라이트만 이리저리 그어놨습니다. 물론 밤에 S클래스를 타보면 굉장히 예쁘긴 한데, 그 예쁨이 고급스러운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흔히 조명빨이라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디자인 문제는 최신 E클래스에서 가장 심각하게 두드러졌습니다. 아무리 중국인이 마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디자인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자동차 전, 후면에 벤츠 마크로 도배를 해놓을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신형 E클래스 디자인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디자인 문제 외에도 서비스 품질에 대해서 논란이 계속해서 발생했습니다. 새롭게 공개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은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켰으며 서비스 센터의 사고 은폐 및 쓰레기, 담배꽁초 방치, 시운전 사고 처리 이슈 등 A/S센터의 대처도 많은 논란이 되었습니다.
떠오르는 BMW
메르세데스 벤츠가 천천히 추락하고 있을 때 BMW는 이를 갈고 있었습니다. 물론 독일의 BMW 본사가 한국의 시장을 어느 정도나 참고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BMW는 한국을 굉장히 사랑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BMW는 한국시장에 꾸준하게 많은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영종도 드라이빙 센터를 구축하기도 하였으며 수익의 많은 부분을 한국 시장에 재투자하면서 선순환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신형 5, 6시리즈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론칭하는 등 한국을 향한 사랑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애정이 보답을 받은 것일까요? BMW의 판매량은 꾸준히 상승하면서 벤츠를 위협했습니다.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가격적인 메리트도 확실하게 챙기고 신차가 출시되었음에도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았습니다. 현대, 기아가 신차 출시하면서 4~500만 원을 우습게 올리던 것과 비교하면 BMW가 대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저 또한 BMW를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영종도에 있는 드라이빙 센터 때문입니다. 저와 같은 일반인은 서킷을 경함 할 기회도 흔치 않은 데다가 취미로 서킷을 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쉽사리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서킷에 적합한 차량은 대부분 비싼 금액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차를 구매한다는 것 자체도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경험을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에 BMW를 좋아합니다.
또한 드라이빙 센터에 방문하면 BMW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량 대부분과 롤스로이스 차량, 미니 차량을 함께 볼 수 있어서 가족 나들이로 가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초등학생 남자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한 번쯤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이보다 아빠가 더 신나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따라잡았을까
추락하는 벤츠와 떠오르는 BMW를 알아보았습니다. 물론 위보다 더 많은 사건들과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일단락하고, 과연 BMW는 어떻게 따라잡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파격적인 프로모션입니다. 코로나 시기 수입차를 없어서 못 사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벤츠, 아우디는 프로모션이 없이 사면 호구소리를 들을 정도로 프로모션에 관대했습니다. 이에 반해 벤츠는 높은 할인을 받기가 굉장히 어려운 브랜드였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프로모션이 없는 벤츠가 더 높은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으며, 중고차 시장에서도 가격 방어가 더 잘되는 쪽은 벤츠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가 끝나고 경제 불황이 찾아오면서 BMW의 높은 프로모션이 판매량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뛰어난 상품성입니다. 상품성에는 굉장히 많은 것을 포함합니다.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 지도 포함되며, 얼마나 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디자인 완성도가 높은지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상품성이 메겨집니다.
과거 벤츠코리아는 옵션에 엄청나게 인색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사랑하는 옵션인 통풍시트조차 넣지 않은 채로 팔았습니다. 신기술과 관련된 옵션들만 계속해서 추가해서 판매했고 한국인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옵션들은 자꾸 빼고 판매했습니다.
BMW도 어느 정도는 비슷한 기조를 취했지만 벤츠보다 한 발 빠르게 옵션을 다양화했습니다. 또한 벤츠가 일부 옵션을 구독화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또한 BMW의 신형 모델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아쉬움으로 지적받던 실내 디자인이 엄청나게 개선되었습니다. 인색했던 엠비언트 라이트도 확실하게 추가하였고 정돈된 실내 인테리어를 가져갔습니다. iDrive 8.0이 사용성이 굉장히 낮았지만 8.5로 빠르게 업데이트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상품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BMW는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단점이라고 지적받았던 것들을 개선했지만 벤츠는 한국인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한국보다는 중국이었죠.
앞으로의 관계
그렇다면 벤츠는 앞으로 계속해서 1위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현재 BMW와 벤츠의 판매량은 BMW가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4년 1분기 판매량만 비교했을 때 BMW가 1.6만 대 정도를 판매하였으며 벤츠가 1만 대 정도를 판매하여 약 6천 대 가량의 차이가 나는 상황입니다.
수입차 판매량 3위는 테슬라로 6000대 수준의 판매량을 가지고 있는데요. 테슬라가 모델 3 하이랜드의 판매를 시작하면 벤츠는 2위 자리를 사수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BMW, 테슬라, 벤츠 순으로 판매량이 재편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남은 3분기 동안 BMW와 벤츠의 전쟁을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각 경쟁 차종의 판매량 전쟁도 엄청난데요. 세단 부분에서는 3, 5 시리즈가 C, E클래스를 압도하고 있고 7시리즈와 S클래스는 판매량이 비등비등한 상황입니다.
S클래스의 판매량을 7시리즈가 쫓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벤츠가 BMW에 굉장히 쫓기고 있다는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S클래스는 벤츠에게 굉장히 상징적인 자동차이기 때문에 7시리즈 판매량을 굉장히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을 텐데요. 과연 앞으로 남은 8개월, 누가 이길지 지켜보겠습니다.